한향림도자미술관은 2023년 말부터 미술관과 함께 성장할 신진 작가를 찾기 위한 HHL 영아티스트 프로젝트 '점프'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석사 학위를 취득한 지 3년 이내이며 처음으로 개인전을 개최하고자 하는 우수한 작가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 선정은 미술관 메일을 통해 제출된 포트폴리오 심사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첫 번째로 뽑힌 작가는 장자현(Contact Zone)이었으며, 2024년 2월에 두 번째 작가로 최아인이 선정되었다.
최아인은 진동수와 파장에 의해 그려지는 자연의 파동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파동을 흙이라는 유연한 물성과 결합시켜 우아하고 유려한 곡선의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장 안에 놓인 작품들은 각각 독특한 파장을 형성하여 리듬감을 형성하고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감정의 파동을 전달한다.
작가가 주변에서 관찰한 현상이나 특정 대상을 작품으로 표현할 때, 단순히 그것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감성을 녹여내기 위해서는 그 현상이나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최아인은 평소에 자연물에서 볼 수 있는 곡선과 구조에 관심이 있었고 그 원리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수학적 해석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일찍이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의 저서< 점, 선, 면 >을 통해서 또는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당연히 이들의 수학적 이해는 수학자들과는 달리 그들만의 광범위하고 직관적으로 이루어지는 독창적인 방식이었으므로 때로는 역으로 수학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수학과 예술이 상호 영감을 주고받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두 영역 모두 사용하고 나타내는 방식이 다를 뿐 우리가 사는 세계의 원리나 법칙 등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파동은 물리적인 개념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회적 상호작용에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의 행동과 생각은 마치 돌멩이가 물에 떨어져 만들어지는 파장과 같이 주변에 파동을 일으킨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때로는 작은 변화에서부터 큰 전환까지 이어지며, 우리의 존재는 끊임없는 파동의 흐름 가운데 존속한다. 또한 물리적인 파동이 공간을 통과하듯, 우리의 삶도 공간과 시간을 헤치고 지나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면서도, 우리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파동을 일으키고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걷게 된다. 현실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결국 자아의 이해와 연결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문에 다가서게 된다.
파동은 에너지(힘)에 의해 발생하며 크기와 방향에 따라 다양한 역동성을 보인다. 작가가 흙에 물리적인 힘을 가하여 일으키는 다양한 파상선들에 흙 타래를 쌓아 올려 면을 만들고 다시 여러 면을 중첩 시키면서 만든 다층적인 입체 형상은 색을 입으면서 감상자의 눈을 붙든다. 작품의 선명하고 강렬한 색은 파동을 일으키는 에너지를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고 동시에 경쾌함을 더한다. 코일링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엄격한 작업 태도를 보여준다. 한편, 평면 드로잉을 시작으로 하여 3D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교한 스케치를 끝내야 만들어지는 작품은 의문의 여지 없이 완벽에 가까운 형태를 도출한다. 그러나 역으로 이러한 작업은 최근에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는 AI와 디지털 프린트 기술이 이를 대체할 수 있음에 대한 우려를 일으킨다. 법칙을 수립하고 명료한 것을 추구하는 수학자 혹은 과학자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불규칙, 이변, 돌연변이와 같은 것들이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 확장해 나가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작가는 이 작품들 이후의 작업에 관한 과제를 가지게 될 것이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창의성과 생명감이 가득한 작품을 만들어 갈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향림도자미술관 학예실장 이은미